폭신하고 달콤한 맛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간식인 도넛에는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일상 속 특별한 즐거움이 되어주는 도넛의 탄생 배경부터 맛있게 즐기는 법까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름진 케이크에서 시작된 도넛의 기원
도넛은 밀가루에 설탕과 계란, 우유, 지방, 이스트를 넣어 만든 반죽을 둥글게 빚어 기름에 튀긴 빵입니다. 이 맛있는 간식의 뿌리는 네덜란드의 올리코엑이라는 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기름진 케이크라는 뜻을 가진 이 빵은 원래 빵을 만들고 남은 반죽을 튀겨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튀기다 보면 반죽의 가운데가 잘 익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잘 익지 않는 중심부에 견과류나 과일을 채워 넣어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올리코엑은 올리볼렌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빵을 부풀리는 이스트 외에도 계란과 버터, 향신료를 듬뿍 넣은 끈적한 반죽을 주걱으로 떠서 기름에 넣었을 때, 울퉁불퉁한 공 모양이 되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네덜란드인들은 주로 성탄절 시즌이나 특별한 행사 때 이 빵을 즐겨 먹었습니다. 이후 이 문화는 19세기 네덜란드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네덜란드와 달리 구하기 쉬운 돼지기름인 라드를 사용해 튀겼는데, 덕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오늘날의 도넛과 유사한 식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넛이라는 이름이 정착하게 된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초기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반죽 가운데가 잘 익지 않아 견과류를 넣었던 것을 따서 너츠 오브 도우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하여 도넛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짧게 줄여서 부르기도 하지만, 그 시작은 빵 반죽과 견과류라는 소박한 재료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박했던 간식이 어떻게 오늘날의 전 세계적인 디저트로 발전했는지 그 역사는 단순히 음식의 유래를 넘어 이민자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구멍은 왜 뚫려 있을까
도넛 하면 떠오르는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바로 가운데 뚫린 구멍입니다. 이 형태는 1847년 네덜란드계 미국인인 핸슨 그레고리 선장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선장이었던 핸슨이 항해를 떠날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향신료를 넣은 반죽에 견과류로 속을 채워 올리코엑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빵은 긴 항해 동안 보관하며 먹기 좋았고, 레몬 껍질 덕분에 비타민을 섭취해 괴혈병과 감기를 예방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항해 중 배의 방향을 잡는 키를 조정해야 했던 핸슨에게는 빵을 먹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에게 빵의 가운데 부분을 비워달라고 부탁했고, 덕분에 구멍 난 빵을 키의 손잡이에 꽂아놓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설로는 핸슨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빵의 원가를 줄이려 했다는 이야기나, 가운데가 잘 익지 않는 것을 싫어해서 스스로 도구를 사용해 구멍을 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도넛의 구멍이 그의 아이디어라는 점은 분명하며, 그의 고향인 미국 메인주 락포트시에는 이를 기리는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1857년에는 이렇게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근 모양을 찍어내는 틀이 처음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도넛은 지금과 같은 정형화된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1921년에는 뉴욕에서 도넛을 만드는 기계가 발명되면서 대량 생산의 시대가 열렸고, 1930년대에는 반죽을 기름에 바로 짜 넣는 기계까지 개발되면서 도넛은 더욱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작은 구멍 하나가 도넛의 역사와 대량 생산 시스템을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취향대로 골라 먹는 도넛의 매력과 변화
도넛은 크게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종류와 베이킹파우더와 같은 화학적 팽창제를 넣은 종류로 나뉩니다. 이스트를 넣은 도넛은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 덕분에 튀길 때 부풀어 올라 식감이 훨씬 폭신하고 부드럽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꽈배기나 유명 프랜차이즈의 글레이즈드 도넛이 바로 이런 종류입니다. 반면 화학적 팽창제를 사용한 도넛은 발효 과정이 필요 없어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으며, 설탕과 달걀이 많이 들어가 다소 단단하고 케이크 같은 식감을 냅니다. 맛을 더하기 위해 도넛 표면에 설탕이나 슈거파우더를 뿌리거나 글레이즈를 입히기도 합니다. 시중에서 만나는 글레이즈 도넛은 포도당의 일종에 지방을 섞어 만들어서, 빵 속으로 스며들지 않아 겉면이 눅눅해지지 않고 달콤함을 유지합니다. 또한 발효 도넛은 속에 빈 공간이 많아 그 사이에 슈크림이나 과일잼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색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는 파스나흐트나 비네처럼 각 문화권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튀긴 빵들도 존재합니다. 세계적인 도넛 브랜드인 크리스피 크림과 던킨 도넛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경쟁하며 성장해왔습니다. 크리스피 크림은 이스트 발효 도넛을 내세워 따뜻할 때 먹는 즉석 도넛으로 인기를 끌었고, 던킨 도넛은 커피와 함께 즐기는 간식으로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팔십년대 이후 베이글의 인기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넛 시장은 다소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오늘날의 도넛 업계는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물성 지방을 사용하거나,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등 건강을 생각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